삼성 김성래 타격코치가 선수시절 타석에서 타격하고 있다. 타격 후에도 양 팔이 쭉 뻗어 있는 모습이다. 장타를 만드는데 이상적인 폼이다.
김성래(52.삼성코치)는 선수시절 부드러웠다. 이만수 장효조보다 부드럽게 쳤다. 그리고 날카로움도 있었다. 부드러움에 날카로움이 있으면 타구에 강한 힘을 줄 수 있다. 그러면 타구는 멀리 날아간다. 대개 타자들은 연습타격을 할때는 전력으로 치다가도 실전에서는 전력을 다하지 못한다. 하지만 부드러운 타자는 다르다. 실전에서 80% 이상 자기 힘을 줄 수 있다.
1984년 김성래가 삼성에 신인으로 입단했다. 그때 타격하는 걸 처음 봤는데 타구의 질이 좋았다. 땅볼이 적고 펜스앞까지 날아가는 장거리 타구가 많았다. 깜짝 놀랐다. 부드럽게 스윙하는데 타구가 멀리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심히 지켜봤다.
비결은 바로 팔에 있었다. 타격 순간 양팔이 쭉 뻗었다. 우타석에서 아웃코스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도 파울이 아닌 우중간으로 보냈다.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은 잘 뻗어진 팔에 걸리며 펜스를 넘어갔다. 김성래의 전신근력은 이만수의 60% 밖에 안됐지만, 부드러운 타격 폼 위에 쭉 뻗은 팔이 얹히며 타구를 멀리 보냈다.
30년 이상 지도자 생활하면서 김성래가 팔을 사용하는 걸 보고 장효조 이후 두 번째로 놀랐다. 물건이 되겠다 싶어 집중 조련했다. 타고난 재질에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김성래는 1987년 2루수 최초로 홈런왕에 등극했다. 1993년에도 홈런왕에 오르며 장타력을 뽐냈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1986년 부터 3년 연속 차지했다.
실전타격의 기본요소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정확하게 치는 것, 둘째는 강하게 치는 것, 셋째는 멀리치는 것이다. 장효조는 정확성, 이만수는 강하게 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면 타구를 멀리 보내는데는 김성래가 가장 뛰어났다. 김성래처럼 타구를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쳐야 할까. 미리 설명한대로 임팩트 순간 양 팔이 완전히 뻗어 있어야 한다. 이만수는 양 팔이 뻗기전에 타격을 하곤 했는데 그러면 땅볼이 나왔다. 요즘 선수중에는 박병호(넥센)와 정의윤(LG)이 김성래처럼 팔을 잘 뻗는 타격을 한다.

삼성 김성래 타격코치가 선수시절 타석에서 타격하고 있다. 타격 직전 앞다리에 온 체중이 넘어온 상태에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장타를 생산하기 위해서 뒷다리에 체중이 남아 있으면 안된다.
팔 뻗기에 이어 멀리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체중이동이다. 뒷다리에 실린 체중을 타격순간 100% 앞다리로 옮겨야 한다. 타격은 투구 동작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를 봐라. 공은 놓는 순간 온 체중이 앞다리로 넘어와 있다. 뒷다리에 체중이 남아 있으면 공을 멀리 던지지 못한다. 타격도 마찬가지다. 임팩트 직전에 앞다리에 체중이 모두 실려 있어야 한다. 이는 스탠스와도 관계가 있다. 다리를 넓게 벌리면 온전히 앞다리로 체중을 넘기지 못한다. 반대로 좁게 벌리면 몸통회전 후 방망이에 힘을 실지 못한다. 좁은 스탠스는 힘이 떨어진 노장의 경우 사용하기에 적절하다. 빠른 공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점은 우타자의 경우 타격시 오른손목의 위치다. 몸통이 회전하며 팔꿈치가 몸에 붙어 있는 상태에서 손목이 다운스윙 하듯 사선으로 내려오면 안된다. 레벨스윙을 하듯 손등이 바닥을 향한 상태에서 직격해야 타구가 멀리 뻗는다. 깍아친다는 의미를 내포한 다운스윙은 잘못된 타격폼이다.
김성래는 선수시절 멀리치는 방법들을 모두 잘 소화했다. 그런데 약점이 있었다. 타격은 좋았는데 수비가 그에 비해 조금 떨어졌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투지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박정태처럼 독한 면이 없었다. 연세대 졸업 후 삼성에 입단하지 않고 실업팀인 제일은행에 들어가려 했는데 당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이 없다고 했다. 내야에 배대웅, 천보성 등 쟁쟁한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종이 아닌게 약점이었다. 조금만 더 독하게 야구했다면 2루수 홈런왕 시대를 활짝 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