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5일 금요일

[김태균은 돌연변이다①] ‘U자 스윙’ 통할 수 있을까


일본 언론들은 2일 김태균(28·지바 롯데)와 이범호(29·소프트뱅크)의 첫 연습 훈련 결과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두 선수 모두 1개의 홈런을 기록했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김태균은 첫 프리배팅에서 48개의 스윙을 해 홈런 하나를 쳤다. '스포츠닛폰'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부는 강풍을 뚫고 좌중간으로 날아간 타구'였다며 '일본 1호 홈런'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범호 역시 58개의 스윙을 해 1개를 담장 너머로 날렸지만 거포의 역할을 기대했던 일본 언론은 '아쉽다'는 분위기. 한편 이범호의 수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왔다. '산케이스포츠' 등은 이범호의 수비 연습을 지켜본 아키야마 고지 감독이 '아직'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고 전했다.
김태균(28·지바 롯데)을 보는 일본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4번타자' 김태균은 공포였다. 2010년 '롯데의 외국인 선수' 김태균은 엉뚱한 괴짜다. 일본야구 기준으로 김태균은 '돌연변이'다.

그만의 특징이 일본에서 성공의 열쇠가 될 수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바 롯데 캠프지인 이시가키에서 김태균의 목소리를 들었다. 또 일본야구의 최고 권위자 김성근 SK 감독과 WBC 타격코치 이순철 MBC-ESPN 해설위원이 도움말을 줬다.

김태균의 스윙은 훈련 때 잘 나타난다. 오른 팔꿈치를 최대한 뒤로 뻗어 총을 장전한 듯한 파워포지션을 만든다. 이어 그립을 순식간에 배꼽 쪽으로 잡아 당기며 스윙을 시작한다. 몸쪽에 바짝 붙은 양 손을 앞으로 쭉 뻗은 뒤 길게 팔로스윙을 한다. 정면은 물론, 천장쪽에서 내려다 봐도 U자 형태의 궤적이 그려진다.

모든 타자들의 약점, 몸쪽 공을 치기 위한 노력이다. 임팩트까지 최단거리로 스윙이 나오고, 공을 때린 뒤엔 타구를 파울라인 안쪽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물론 훈련 때의 이중 동작이기에 가능하다. 실제 스윙에서 연속동작으로 이런 궤적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러나 훈련 때라도 이런 궤적을 만들어 놔야 몸쪽 공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지나치게 잡아당겨 우측 파울이 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김태균의 믿음이다.

"특이하고 창의적인 스윙"

이순철 위원은 "정석은 아니지만 창의적인 스윙이다. 빠른 임팩트를 구사하고, 배팅포인트를 뒤에 둘 수 있는 메커니즘"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보통 타자들은 배트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방망이 헤드를 이용한다. 김태균의 배트스피드는 빠른 편이 아니다. 대신 손이 빨리 나온다. 그 다음 방망이 헤드가 따라오는데 이렇게 되면 공을 더 오래 보며 뒤에서 칠 수 있다. 힘이 워낙 좋기 때문에 가능한 스윙"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U자 스윙은 투수가 몸쪽 공을 쉽게 던지지 못하도록 한다. 그 스윙을 의식한 투수가 가운데로 약간만 쏠리는 공을 던지도록 하는 것이 김태균의 노림수"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몸쪽 공은 어렵다"

김성근 감독은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사실 그런(U자형) 스윙을 한다고 몸쪽 공을 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높은 공에 약할 수 있다. 김태균에 한국에서도 '바깥쪽 변화구-몸쪽 직구'에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일본야구와 한국야구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야 한다. 4월에는 잘 치겠지만 상대 견제가 들어올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다. 선동열도, 이승엽도 무너졌을 때 대안을 가지고 나왔다. 당황할 순간이 올 것이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숙제"라고 진단했다.

김태균은 스프링캠프 전부터 자신의 스윙을 고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사실 몸쪽으로 제대로 박힌 공은 아무리 노력해도 못 친다. 그러나 파울이 될 만한 타구를 안타로 만들 때가 가끔 있다. WBC에서 이와쿠마 히사시로부터 때린 결승타도 그중 하나다. 몇 번은 홈런이 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무기이자 개성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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