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타격 준비자세가 예전의 누구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재일동포 장훈이다. 방망이를 하늘과 직각으로 곧추세운것이나 스탠스를 어깨넓이보다 약간 더 벌리고 있는 자세, 그리고 턱과 어깨가 수평을 이루고 있는 것도 '타격의 달인' 장훈의 폼을 연상케 한다. 보는 이들도 매우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이상적인 폼이라 할 만하다. 무게중심을 왼발과 오른발에 6대4 정도로 두고 있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
타격이론에 배트는 우산을 받쳐들 듯 편안하게 세우라는 말이 있다. 상체가 경직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다음 동작으로 부드럽게 연결시키기 위함이다. 야구 교과서엔 스탠스를 어깨널빙만큼 하라고 돼 있지만 김현수처럼 조금 더 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왼발에서 오른발로 체중이동이 쉽고, 타격 때 체중이 앞다리에 쏠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른발 끝을 살짝 들고 있는 것은 반사신경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2. 상대 투수가 피칭동작에 들어간 시점으로 타격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일반적으로 타자들은 투수들의 팔이 올라가는 타임에서 앞쪽 발을 든다. 하지만 김현수는 투수의 팔이 내려갈 때 발을 든다. 다른 타자들에 비해 한 박자 빠르게 타격에 시동을 거는 것이다.
이는 세트포지션이나 투구리듬이 불규칙한 투수들을 만났을 때 마티밍 맞히기가 아려워질 수 있다. 김현수가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고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3. 타자의 파워는 손의 위치에서 나온다. 두 손의 코킹(손목을 꺽는 동작)이 귀 높이에서 이뤄진다. 이상적이다. 이 자세에서 방망이가 더 투수쪽으로 넘어가면 몸 쪽 공에 약점을 보일 수 있지만 이 동작이 정점이기 때문에 괜찮다. 힙의 회전도 무난하다. 체중이동의 시작단계로 어깨와 팔, 힙의 중심이 무너지지 않고 처음과 똑같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보기 좋다.

4. 오른발을 내디디는 스트라이드 동작이다. 스트라이드가 처음 준비자세의 스탠스에서 많이 나가지 않는 것이 눈에 띈다. 김현수 타격의 비밀이다. 스트라이드 뒤에도 뒷발에 체중을 남겨놓고 있는데 이는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는 것으로 보이며 또 공을 몸에 최대한 붙여놓고 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교한 타격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자세다. 이때 앞발과 뒷발의 무게중심이 5대5가 되면 타격에 힘을 실을 수 없다. 김현수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뒷발에 무게중심의 60%를 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5. 본격적인 체중이동이 시작됐다. 무게중심이 뒷발에서 앞발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이 동작에서 중요한 것은 어깨의 움직임인데 왼쪽 어깨가 위로 올라가면 안 되는데 김현수는 수평인 상태에서 뒤로 쭉 빼고 있다. 매우 바람직하다.

6. 방망이가 어깨 위에서 내려오는 궤적이 인상적이다. 일부 코치들은 어깨에서 직각에 가깝게 바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대 야구 이론에서 가장 잘못된 부분이다. 김현수처럼 어깨 안쪽이 겨드랑이에 붙은 상태에서 팔꿈치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그래야 몸쪽으로 파고드는 변화구도 공략할 수 있다.
어깨 위에서 바로 내려오면 직구밖에 칠 수 없다. 단 방망이의 손잡이 끝이 팔꿈치 아래로 내려가면 빠른 공에 대응할 수 없다. 흔이 방망이가 퍼져 나오는 현상이다.

7. 무게중심이 이 순간에도 뒷발에 50% 이상 남아 있으면 안 된다. 컨텍트 직전 5대5의 무게중심이 바람직하다고 하는데 김현수의 경우 타격 진행동작에 비해 체중이동이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오른발이 쭉 펴지는 동작이 좋다. 파워를 키우려면 컨텍트 때 앞족 발을 펴줘야 한다. 힙을 좀 더 앞쪽으로 끌고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8. 컨텍트가 앞쪽 발인 오른발 앞에서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인데 약간 늦었다. (7)에서 언급했듯 힙이 조금 일찍 회전했으면 제대로 된 타임에서 컨텍트가 가능했을 것 같다. 왼쪽 무플과 팔꿈치, 그리고 머리가 일직선을 이루고 있는 것을 눈여겨볼 만하다. 타구의 결과에 상관없이 견고한 타격 폼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9. 피니시는 완벽하다. 손 뻗는 자세와 턱을 내리고 앞을 응시하는 시선도 교과서 그대로다. 타격 뒤에도 체중이 앞으로 쏠리지 않고 앞발과 뒷발에 5대5로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쪽 발가락 부분이 들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치고 난 뒤 원심력에 의한 것으로 전체적인 타격엔 지장이 없다.

10. 김현수의 타격을 보면서 느낀 점은 잘 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타격 폼이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완벽에 가깝다. 야구를 배우는 어린 선수들이 교과서로 삼아도 될 듯 싶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