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힘 덕분에 가능했던 김성한의 타격
김성한(한화 수석코치)은 지금 생각해도 껄끄러운 타자였다. 내가 롯데, 삼성, 태평양 감독으로 있을 때도 해태전을 앞두고는 투수들을 따로 불러 김성한을 조심하라고 했다. 김성한의 독특한 타격폼 특성 상 바깥쪽 낮은 공에 약할 수밖에 없었고, 투수들에게 그 쪽으로 던지라고 늘 얘기했다. 하지만 당시 투수들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몸쪽 빠른 공을 찔러 넣을 투수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제구가 되지 않았다. 또 아무리 잘 던져도 실투가 나오는데 그 것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역대 타자 중 김성한의 타격자세는 가장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마치 일본도를 잡는 자세와 같이 배트를 들고 뒤로 살짝 젖힌 뒤 공이 날아오기를 기다렸다가 힘껏 휘두른다. '오리 궁둥이'라는 별명도 그래서 생겼다. 어찌 보면 '어떻게 저런 자세로 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 정도로 요상하다. 하지만 방망이가 45도 정도 눕혀져있다 그 궤적 그대로 나온다. 배트가 다른 타자보다 빨리 나올 수 있고, 정확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힘을 싣기 어려운 자세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공을 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 차례 홈런왕(1985, 1988, 1999년)에 오를 정도로 장타를 양산했다. 팔만 갖고 치면 공을 멀리 보낼 수 없는데, 바로 타고난 힘 덕분에 가능했다. 김성한의 엉덩이와 종아리, 허벅지를 보면 그의 힘을 알 수 있다. 허벅지가 어마어마하게 굵었다. 타자는 허리부터 무릎까지 하체를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 김성한의 경우 중심이동이 매끄럽게 이뤄지며 힘을 제대로 실었다. 방망이를 눕힌 상태에서 빠른 시간에 정확한 궤적으로 배트로 휘둘러 공을 때리고, 하체 힘을 실어 타구를 멀리 날려보낸 것이다.
타고난 감각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김성한은 해태에서 1982, 1983, 1985, 1986년 투수로도 뛰었다. 1982년에는 10승(방어율 2.88)도 거뒀다. 유일한 10승, 10홈런, 타점왕을 동시에 거머쥔 선수다. 투수는 공을 마음 먹은 곳에 계속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감각과 근육의 조화를 갖춰야 할 수 있는 것이다. 타자뿐 아니라 투수로도 재능을 보였다는 것은 좋은 운동신경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다. 그 감각으로 스스로 자신에 맞는 타격폼을 찾아냈다. 빠른 공에 배트가 늦고, 힘은 워낙 좋으니까 생각해낸 자세인 것 같다. 김성한의 타격폼은 쉽게 흉내낼 수도 없다. 엉덩이를 쭉 내민 상태에서 허리를 돌리며 스윗 스팟에 힘을 제대로 전달했다는 자체도 놀랍다.
무엇보다 김성한은 '특급선수'였다. 결정적일 때 때려내는 선수가 특급선수이고, 김성한이 그랬다. 1985년 내가 삼성 타격코치로 있을 때였다. 김성한이 이만수(SK 감독.당시 삼성)와 홈런 1위를 다퉜는데, 둘이 동률인 가운데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었다. 김성한에게 홈런만 맞지 않아도 이만수는 홈런 공동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삼성 투수였던 황규봉에게도 공을 빼라는 지시가 나갔다. 하지만 바깥쪽 조금 덜 빠진 실투를 놓치지 않고 김성한이 밀어서 홈런을 터뜨렸다. 이만수는 포수였는데 눈앞에서 그렇게 경쟁자 김성한에게 홈런왕 타이틀을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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