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28·지바 롯데)은 배고픈 건 못 참아도 나쁜 공에는 상당한 인내력을 발휘한다. 스스로 "볼넷으로 걸어나가기 좋아한다"고 할 만큼 출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거포 중에선 드물다.
김태균이 한화에서 9년을 뛰면서 얻은 사사구는 총 613개였다. 통산 1031경기에서 삼진이 750개였으니 홈런타자로서는 공을 보는 눈이 상당히 까다롭다. 2006년 이후에는 삼진:볼넷 비율이 1:1 정도다.
그의 타법은 '공 보고 공 치기'다. 가장 단순하지만 정답에 가장 가깝다. 김태균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 상대 공배합과 내 타격자세 등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타석에서는 그냥 공을 보고 때릴 뿐"이라고 말했다.
시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나안 시력이 0.3이다. 평소에는 안경을, 야구할 때는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지만 교정시력은 0.9를 넘지 못한다. 대신 움직이는 물체를 식별하는 능력, 즉 동체시력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독수리 눈', 즉 움직이는 물체를 낚아채는 본능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순철 MBC-ESPN 해설위원은 "선구안이 뛰어나 일본에서 적응하기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홈런타자가 될 것인지, 안타를 잘 때리는 타자가 될 것인지 고민할 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해선 한국에서처럼 끝까지 공을 볼 수만은 없다는 의미다.
김성근 SK 감독은 좀 더 냉정하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선구안? 추상적이다. 자세가 흔들리고 여유를 잃으면 선구안도 나빠질 수 있다"면서 "이승엽도 한국에서 선구안이 좋은 선수였다. 그러나 몸쪽 높은 공과 낙폭 큰 포크볼을 상대하면서 달라졌다"고 전했다. 일본 투수들이 약점 구석구석을 공략하면 김태균의 스트라이크존도 흔들리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이는 김태균도 충분히 인지하는 부분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선구안이 흔들린 경험이 있다. 하체가 안정되지 못하면 몸 회전과 배트컨트롤이 불안하다. 마지막에는 시야도 흔들린다"고 말했다. 선구안은 동체시력뿐만 아니라 안정된 자세가 뒷받침돼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바다를 메운 땅 위에 지어진 지바 롯데 홈구장인 마린스타디움엔 엄청난 해풍이 분다. 강풍이 불면 콘택트 렌즈 착용감이 떨어져 공을 보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투수들의 컨트롤과 지바의 강풍으로부터 선구안을 보호하는 것이 김태균의 첫 번째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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