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5일 금요일

타격 7관왕 이대호 타격자세


1. 이대호 특유의 타격 준비자세다. 완전히 배트를 들어 올리지 않고 귀 윗부분에 멈췄다가 어깨에 걸치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타격 타이밍을 찾는다. 스스로 리듬감을 타려는 동시에 어깨와 상체의 긴장을 이완시키려는 동작으로 풀이된다.
오른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왼발 뒤꿈치를 들고 있는 것은 반사신경을 극대화해 어떤 볼이 들어와도 자연스럽게 배트를 내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오른쪽 발에 체중을 60% 정도 두고 있는 모습인데 파워 히터로서 힘을 쏟아내기에 적당한 무게중심으로 보인다.


2. 투수가 투구 동작에 들어간 시점이다. 무게중심을 오른발에 더욱 실은 뒤 배트를 어깨에 완전히 걸쳤다. 그리고 배트 끝은 유니폼의 백넘버 위치까지 내렸는데 투수의 투구동작에 이끌려 몸이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다. 이대호가 육중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타격자세를 잃지 않는 것은 바로 지금의 동작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3. 배트를 서서히 들어 올리고 있는 시점에서도 왼쪽 무릎의 중심이 위로 들리지 않고 지표면에 강하게 밀착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양 어깨도 상하로 들썩이지 않고 처음 준비동작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투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시선도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습관이다.


4. 이대호 타격의 특징 중 하나가 스트라이드 폭이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폭이 작은 편으로 한 족장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마치 처음 준비자세인 1번 동작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스트라이드 폭이 좁다 보니 무게중심이 뒤에 남아 있으며, 왼발 엄지와 왼쪽 힙이 열리지 않고 파워 포지션을 만들고 있다. 투구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질 수 있다. 앞쪽으로의 체중 이동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은 한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토해 내려는 시도다.


5. 허리 턴이 조금 덜 된 것으로 미뤄 의식적으로 밀어치려고 하고 있다. 왼 팔꿈치는 적당하게 들려 있고, 오른 팔꿈치는 옆구리에 붙어 있다. 이상적이다. 오른 무릎을 펴지 않고 구부리고 있는 것은 움직이는 볼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옮겨가고 있다.


6. 공과 배트가 만나는 시점이다. 무릎은 하체의 힘을 집중시키기 위해 쭉 펴고 있다. 왼 팔꿈치는 펴진 반면 오른 팔꿈치는 덜 펴졌는데 이는 콘텍트 때 더 큰 파워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다.
장거리 타자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자세다. 오른쪽 어깨가 왼쪽 어깨에 비해 홈플레이트쪽으로 15도 정도 내려가 있다. 양쪽 어깨가 평행이 돼 있으면 바깥쪽으로 흐르는 볼을 맞힐 수 없다.


7. 두 손은 완벽하게 뻗었으나 벽을 만들어줘야 하는 왼발이 풀렸다. 아마도 타격 타이밍이 늦다 보니 의도적으로 타구를 그라운드 안으로 보내기 위해 왼발과 왼 무릎을 왼쪽으로 젖힌 것 같다. 상·하체가 균형을 잃고 어정쩡한 자세가 되고 말았다.


8. 오른발이 지면을 강하게 밟은 상태에서 회전돼야 하는데 왼발이 풀어지다 보니 오른발도 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게중심도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다.


9. 무엇보다 하체가 일찍 무너졌다. 따라서 상체도 지탱하지 못하고 앞으로 쏠리고 말았다. 6번처럼 상·하체의 균형이 탄탄하게 만들어진 다음에 공을 맞혀야 강하고 큰 타구를 날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10. 이대호 타격의 전체적인 모습은 1번 준비자세부터 6번 콘텍트까지는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다만 콘텍트 직후인 7번부터 피니시인 10번까지 하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대호의 타격의 최대 강점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이다. 한 가지만 당부하자면 체중을 조금 빼고, 배트 스피드를 키운다면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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