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5일 금요일

타고난 힘 덕분에 가능했던 김성한의 타격

김성한(한화 수석코치)은 지금 생각해도 껄끄러운 타자였다. 내가 롯데, 삼성, 태평양 감독으로 있을 때도 해태전을 앞두고는 투수들을 따로 불러 김성한을 조심하라고 했다. 김성한의 독특한 타격폼 특성 상 바깥쪽 낮은 공에 약할 수밖에 없었고, 투수들에게 그 쪽으로 던지라고 늘 얘기했다. 하지만 당시 투수들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몸쪽 빠른 공을 찔러 넣을 투수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제구가 되지 않았다. 또 아무리 잘 던져도 실투가 나오는데 그 것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역대 타자 중 김성한의 타격자세는 가장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마치 일본도를 잡는 자세와 같이 배트를 들고 뒤로 살짝 젖힌 뒤 공이 날아오기를 기다렸다가 힘껏 휘두른다. '오리 궁둥이'라는 별명도 그래서 생겼다. 어찌 보면 '어떻게 저런 자세로 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 정도로 요상하다. 하지만 방망이가 45도 정도 눕혀져있다 그 궤적 그대로 나온다. 배트가 다른 타자보다 빨리 나올 수 있고, 정확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힘을 싣기 어려운 자세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공을 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 차례 홈런왕(1985, 1988, 1999년)에 오를 정도로 장타를 양산했다. 팔만 갖고 치면 공을 멀리 보낼 수 없는데, 바로 타고난 힘 덕분에 가능했다. 김성한의 엉덩이와 종아리, 허벅지를 보면 그의 힘을 알 수 있다. 허벅지가 어마어마하게 굵었다. 타자는 허리부터 무릎까지 하체를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 김성한의 경우 중심이동이 매끄럽게 이뤄지며 힘을 제대로 실었다. 방망이를 눕힌 상태에서 빠른 시간에 정확한 궤적으로 배트로 휘둘러 공을 때리고, 하체 힘을 실어 타구를 멀리 날려보낸 것이다.

 

타고난 감각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김성한은 해태에서 1982, 1983, 1985, 1986년 투수로도 뛰었다. 1982년에는 10승(방어율 2.88)도 거뒀다. 유일한 10승, 10홈런, 타점왕을 동시에 거머쥔 선수다. 투수는 공을 마음 먹은 곳에 계속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감각과 근육의 조화를 갖춰야 할 수 있는 것이다. 타자뿐 아니라 투수로도 재능을 보였다는 것은 좋은 운동신경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다. 그 감각으로 스스로 자신에 맞는 타격폼을 찾아냈다. 빠른 공에 배트가 늦고, 힘은 워낙 좋으니까 생각해낸 자세인 것 같다. 김성한의 타격폼은 쉽게 흉내낼 수도 없다. 엉덩이를 쭉 내민 상태에서 허리를 돌리며 스윗 스팟에 힘을 제대로 전달했다는 자체도 놀랍다.

무엇보다 김성한은 '특급선수'였다. 결정적일 때 때려내는 선수가 특급선수이고, 김성한이 그랬다. 1985년 내가 삼성 타격코치로 있을 때였다. 김성한이 이만수(SK 감독.당시 삼성)와 홈런 1위를 다퉜는데, 둘이 동률인 가운데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었다. 김성한에게 홈런만 맞지 않아도 이만수는 홈런 공동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삼성 투수였던 황규봉에게도 공을 빼라는 지시가 나갔다. 하지만 바깥쪽 조금 덜 빠진 실투를 놓치지 않고 김성한이 밀어서 홈런을 터뜨렸다. 이만수는 포수였는데 눈앞에서 그렇게 경쟁자 김성한에게 홈런왕 타이틀을 내주고 말았다.

기술도 정신력도 겸비한 악바리 박정태

박정태(44.WBC대표팀 타격코치)는 '흔들타법'이라는 다소 독특한 폼을 가진 타자였다. 몸을 좌우로 흐느적거리며 방망이에 왼손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타격폼으로 눈길을 끌었다. 힘을 빼고 치기 위해 왼손을 뗀 스탠스(타격준비 자세)를 취했다고 했다. 하지만 박정태를 처음 본 게 1991년 롯데에 처음 입단했을 때였는데, 프로 데뷔 초창기 박정태의 폼은 그렇지 않았다. 여느 타자와 다를 게 없는 정상적 스탠스였다. 하지만 그 때도 충분히 자질있는 선수였다. 내가 태평양 돌핀스 감독이었을 때였는데 롯데 신인이라고 해서 눈여겨봤다. 지켜보니 작은 아이가 방망이도 잘 치고, 2루 수비도 곧잘 했다. 처음 보고 '롯데에 물건이 들어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롯데 박정태의 1991년 프로 데뷔 초기 스탠스. 여느 타자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내 기억으로는 박정태가 정상적인 스탠스를 버린 게 다리를 크게 다친 뒤로 기억한다. 부상 회복 후 재기를 할 때 '흔들타법'으로 타석에 섰던 것 같다. 사실 흔들타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스탠스다. 엉거주춤하며 흔들거리는 모습도 그렇지만, 허리도 지나치게 많이 굽혔다. 한일 슈퍼게임 당시엔 박정태의 스탠스를 보며 일본 선수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물론 박정태가 잘 치자 그 웃음도 사라졌다. 혹자는 그런 타법으로 어떻게 한 시즌 최다 2루타(1992년 43개)를 쳤고, 2루수 부문 최다인 골든글러브를 5회나 수상했는지 의아해하기도 한다.

박정태의 독특한 스탠스는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 스탠스는 타자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잘 치는 타자들의 스트라이드(실제 타격에 들어갔을 때 자세)는 거의 비슷하다. 사진 자료를 봐도 그렇다. 특이한 스탠스를 취했던 박정태도 스트라이드에 들어가면 기본기에 충실했다. 양 팔이 히팅포인트에서 일직선으로 쭉 펴지고, 폴로스루가 잘 이뤄졌다. 하체의 중심이동도 잘 됐다. 결국 총을 쏘기 전 자세는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방아쇠를 당길 때의 자세가 훌륭하면 과녁 가운데를 관통시킬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1999년 활약 시절 박정태의 스탠스. 흔들타법이라 불리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공을 치기 위해 마운드 쪽을 노려보고 있다.

무엇보다 박정태는 기술뿐 아니라 정신력에 있어서도 레전드급이다. 타격 달인이 되려면 기술뿐 아니라 정신력도 중요하다. 박정태는 두 가지를 모두 겸비한 타자였다. 공을 잘 치는데다 꼭 이기겠다는 투지까지 겸비한 선수였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정신적 지주로 통했다. 지기 싫어하는 모습이 상대팀 감독인 나에게도 보였다. 삼진을 당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갔는데 헬멧을 쓴 채로 벽에 머리를 박으며 분을 참지 못하더라. 그런 모습들은 팀 동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정신적으로 무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감독 입장에서도 그런 선수가 있으면 편할 수밖에 없다. 1992년 롯데가 정규시즌 3위로 올라가 삼성을 꺾고 우승을 한 것도 정신적인 게 크다.

내가 처음 박정태를 봤을 때만 해도 그 정도로 '악바리'인줄 몰랐다. 쭉 지켜보니 오로지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선수였던 것 같다. '야생야사(野生野死)'라고들 하는데 그 말에 딱 맞는 선수다. 아직까지도 박정태 정도의 투지를 갖고 경기장에 나서는 선수를 보지 못했다.

히팅포인트가 가장 이상적인 김용철


김용철은 반사신경이 특히 뛰어난 타자다. 투수의 공을 최대한 붙여서 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김용철(전 경찰청 야구단 감독.56)을 처음 만난 건 1981년 11월로 기억한다. 프로야구 출범을 준비하던 때 롯데 초대 사령탑으로 예정된 나는 연봉협상까지 도맡아 했는데 첫 연봉협상자리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계약금 2200만원 연봉 1000만원 등 당시로선 특급대우에 계약했다. 특급대우를 해준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용철은 1976년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에 입단하게 된다. 당시 한일은행 감독이었던 김응룡(현재 한화 감독)은 갓 입단한 신인을 4번 타자로 기용하는 파격을 보여주었다. 그러고보니 김응룡 감독의 신인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주전 3루수이자 4번 타자였던 강병철은 김용철에게 자리를 내주고 1루수와 5번 타순으로 옮기게 된다. 그 당시 김용철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는 지 알 수있는 대목이다.

김용철은 타격 소질이 뛰어난 타자였다. 특히 반사신경이 뛰어나서 이상적 히팅 포인트에 맞히는 재능은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투수의 던진 공에 반응하는 속도가 0.12초 이내면 국가대표팀 타자가 될 자격이 있다. 구속 145km의 공을 미리 예측해서 치면 때려내기가 힘들다. 마운드에서 날아오는 공을 홈플레이트 7m이내(잔디 경계선)까지 지켜보고 친다면 특급타자로 분류된다. 일반 타자들은 10m정도에서 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

김용철은 공을 최대한 지켜본 뒤 스윙을 했다. 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치니 타자에게 유리할 수 밖에. 몸에 붙여서 친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히팅 포인트가 좋다는 것은 타자의 반사신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사신경이 뛰어날수록 좋은 히팅포인트를 가지게 된다. 타자가 스트라이드한 앞 발 엄지 발가락 근처가 히팅 포인트가 된다. 바로 그곳이 임팩트 존이다. 타격의 3대 요소인 정확하고 강하게 멀리 치는 게 가능한 지점인 것이다.

프로야구 초창기 타자들은 히팅포인트에 대해 잘 몰랐다. 대충 강하게 휘두르는 타자들이 많았다. 김용철은 타격이론을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지만 투수의 공을 기다리는 자세가 좋았다. 바로 좋은 히팅포인트를 가졌다는 것이다.


김용철은 완벽한 체중이동을 통해 히팅포인트에서 힘을 모아 배팅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레벨 스윙이다. 히팅 포인트에서 타자는 어깨 손목 배트가 일직선이 되어야 한다. 팔은 자연스럽게 일직선으로 뻗어줘야 한다. 김용철의 타격사진을 살펴보면 왼 무릎이 자연스럽게 굽혀진 채 팔을 쭉 뻗어주는 걸 볼 수 있다. 또 완벽한 체중이동을 통해 임팩트시 힘을 모아 치는 모습도 보인다. 김용철이 장타를 많이 생산해낸 원동력이다.

김용철은 뛰어난 타격 재능에 비해 이만수 김성한 등에 비해 화려한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재능에 비해 노력이 조금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선수가 롱런하기 위해선 자신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토대로한 합리적 연습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데 김용철은 그 점에서 아쉽다.

프로야구 초창기 선수들은 자신들에 대한 관리가 형편 없었다. 자신의 몸이 자산이라는 프로의식도 부족했다. 구단과의 잦은 마찰과 갈등도 선수생활을 단축시킨 한 원인이 되었다. 쓸 데 없지만 '김용철이 지금 프로에서 활약했다면' 이라는 생각을 자주 해본다. 아마도 김태균 이대호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내지 않았을까 한다. 그만큼 김용철의 재능이 아깝다는 이야기이다.

이대호도 칭찬한 LG 내야수 최영진 타격자세

2루수 홈런왕 김성래, 멀리치기의 대가


삼성 김성래 타격코치가 선수시절 타석에서 타격하고 있다. 타격 후에도 양 팔이 쭉 뻗어 있는 모습이다. 장타를 만드는데 이상적인 폼이다.

김성래(52.삼성코치)는 선수시절 부드러웠다. 이만수 장효조보다 부드럽게 쳤다. 그리고 날카로움도 있었다. 부드러움에 날카로움이 있으면 타구에 강한 힘을 줄 수 있다. 그러면 타구는 멀리 날아간다. 대개 타자들은 연습타격을 할때는 전력으로 치다가도 실전에서는 전력을 다하지 못한다. 하지만 부드러운 타자는 다르다. 실전에서 80% 이상 자기 힘을 줄 수 있다.

1984년 김성래가 삼성에 신인으로 입단했다. 그때 타격하는 걸 처음 봤는데 타구의 질이 좋았다. 땅볼이 적고 펜스앞까지 날아가는 장거리 타구가 많았다. 깜짝 놀랐다. 부드럽게 스윙하는데 타구가 멀리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심히 지켜봤다.

비결은 바로 팔에 있었다. 타격 순간 양팔이 쭉 뻗었다. 우타석에서 아웃코스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도 파울이 아닌 우중간으로 보냈다.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은 잘 뻗어진 팔에 걸리며 펜스를 넘어갔다. 김성래의 전신근력은 이만수의 60% 밖에 안됐지만, 부드러운 타격 폼 위에 쭉 뻗은 팔이 얹히며 타구를 멀리 보냈다.

30년 이상 지도자 생활하면서 김성래가 팔을 사용하는 걸 보고 장효조 이후 두 번째로 놀랐다. 물건이 되겠다 싶어 집중 조련했다. 타고난 재질에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김성래는 1987년 2루수 최초로 홈런왕에 등극했다. 1993년에도 홈런왕에 오르며 장타력을 뽐냈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1986년 부터 3년 연속 차지했다.

실전타격의 기본요소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정확하게 치는 것, 둘째는 강하게 치는 것, 셋째는 멀리치는 것이다. 장효조는 정확성, 이만수는 강하게 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면 타구를 멀리 보내는데는 김성래가 가장 뛰어났다. 김성래처럼 타구를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쳐야 할까. 미리 설명한대로 임팩트 순간 양 팔이 완전히 뻗어 있어야 한다. 이만수는 양 팔이 뻗기전에 타격을 하곤 했는데 그러면 땅볼이 나왔다. 요즘 선수중에는 박병호(넥센)와 정의윤(LG)이 김성래처럼 팔을 잘 뻗는 타격을 한다.


삼성 김성래 타격코치가 선수시절 타석에서 타격하고 있다. 타격 직전 앞다리에 온 체중이 넘어온 상태에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장타를 생산하기 위해서 뒷다리에 체중이 남아 있으면 안된다.

팔 뻗기에 이어 멀리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체중이동이다. 뒷다리에 실린 체중을 타격순간 100% 앞다리로 옮겨야 한다. 타격은 투구 동작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를 봐라. 공은 놓는 순간 온 체중이 앞다리로 넘어와 있다. 뒷다리에 체중이 남아 있으면 공을 멀리 던지지 못한다. 타격도 마찬가지다. 임팩트 직전에 앞다리에 체중이 모두 실려 있어야 한다. 이는 스탠스와도 관계가 있다. 다리를 넓게 벌리면 온전히 앞다리로 체중을 넘기지 못한다. 반대로 좁게 벌리면 몸통회전 후 방망이에 힘을 실지 못한다. 좁은 스탠스는 힘이 떨어진 노장의 경우 사용하기에 적절하다. 빠른 공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점은 우타자의 경우 타격시 오른손목의 위치다. 몸통이 회전하며 팔꿈치가 몸에 붙어 있는 상태에서 손목이 다운스윙 하듯 사선으로 내려오면 안된다. 레벨스윙을 하듯 손등이 바닥을 향한 상태에서 직격해야 타구가 멀리 뻗는다. 깍아친다는 의미를 내포한 다운스윙은 잘못된 타격폼이다.

김성래는 선수시절 멀리치는 방법들을 모두 잘 소화했다. 그런데 약점이 있었다. 타격은 좋았는데 수비가 그에 비해 조금 떨어졌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투지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박정태처럼 독한 면이 없었다. 연세대 졸업 후 삼성에 입단하지 않고 실업팀인 제일은행에 들어가려 했는데 당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이 없다고 했다. 내야에 배대웅, 천보성 등 쟁쟁한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종이 아닌게 약점이었다. 조금만 더 독하게 야구했다면 2루수 홈런왕 시대를 활짝 열었을 것이다. 

타고난 장사 이만수 30홈런 못때린 이유


현역시절 이만수는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장타를 때려내던 '홈런왕'이었다. 하지만 사진에서 처럼 스윙이 시작된 이후에도 중심이 오른발에 남아있어 배트 헤드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정확성이 떨어졌다.

이만수(55.SK감독)는 반발심이 강한 선수였다. 좋은 뜻에서 반발심이 있는 선수는 대성할 가능성이 높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이를 악 물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오기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일화가 있다. 삼성 감독시절(87~89년) 결정적인 찬스에서 이만수가 병살을 쳤다. 그래서 "4번타자가 이것밖에 안되느냐"고 핀잔을 줬다. 그날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정동진 당시 코치가 "(이)만수가 밤새도록 아파트 주차장에서 스윙연습을 했다"고 보고했다. 자존심이 상해 죽기 살기로 훈련한 것이다. 이만수에게는 모른척했다. 밤을 샜으니 컨디션이 안좋겠다 싶어 (밤새도록 스윙연습 한 것은 못들은척 하고) 경기전 "불펜에 가서 볼이나 받고 있으라"며 덕아웃에서 내쫓았다. 4-2로 앞선 7회말 2사 만루 찬스가 됐는데 이만수가 안보여 찾았더니 그때까지 불펜에서 공을 받고 있더라. 결국 밤새도록 스윙연습을 한 이만수는 만루 찬스에서 좌중월 3타점 2루타를 때려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그만큼 우직하고 승부욕이 강한 선수였다.

개성 강하고 자존심 센 이만수는 이런 면에서 프로야구 초창기 최고의 홈런타자로 군림했다. 최초의 타격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 1위)을 달성한 것도 이만수의 끈기가 큰 몫을 차지했다. 그는 타고난 장사였다. 175㎝에 불과한 키로도 장타를 뿜어낸 배경이다.

지도자는 선수의 성격을 파악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 기록 보유자인 장훈은 "선수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운은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3년 삼성 타격코치로 부임했을 때 이만수를 최고의 타자로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타고난 힘이 워낙 좋아 정확성만 높이면 충분히 트리플크라운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우직하면서도 고집센 그의 성격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타격은 정확성과 강한 임팩트, 타구궤적의 3박자를 갖춰야 한다. 정확한 폼이 중요한 이유다. 이만수는 스트라이드 후 임팩트 순간까지 중심이 뒤에 남아 있었다. 임팩트 순간에 상체가 포수쪽으로 젖혀져 땅볼이 많았다. 병살타가 많은 이유였다. 그래서 제안을 했다. 이만수에게 "3할을 칠 수 있는 폼으로 바꾸자"고 말했더니 "싫다"는 답이 돌아왔다. 폼을 수정했다가 성적이 떨어지면 연봉이 삭감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봉이 삭감되면 내 연봉으로 모두 보전해주겠다"고 말한 뒤 각서까지 쓰고 수정에 들어갔다.


타이밍이 늦어 오른손바닥을 땅바닥쪽으로 덮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심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다. 타격은 공을 때린다는 느낌보다 배트에 얹어 밀어낸다는 기분으로 스윙을 해야 한다. 중심이동이 중요한 이유다.

정확성을 키우려면 리드핸들이라고 불리는 왼팔(우타자기준)이 80%가량 펴져야 한다. 그래야 일정한 스윙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공까지 배트가 최단거리로 나갈 수 있다. 스윙궤적이 일정하면 공을 정확히 맞힐 확률도 높아진다. 배트가 임팩트 포인트에 도달하기 직전에는 몸의 중심은 왼발에 전부 실리고 배트는 벨트선과 수평을 이루는 것이 좋다. 공을 때린다기보다 민다는 느낌으로 타격을 해야 타구에 체중을 완전히 실을 수 있다. 이만수는 체중이동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배트 헤드가 떨어지고 타이밍이 늦는 경우가 많았다. 땅볼이 많았던 것도 타이밍이 늦어 오른손을 일찍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1983년 겨우내 하루에 배트 3자루가 부러질만큼 혹독한 훈련을 한 뒤 1984년 데뷔 후 최초로 3할 타율을 넘어 타율 0.340 23홈런 80타점(89경기 출장)을 기록하며 트리플크라운에 등극했다. 이 때부터 3할타자가 됐다. 그러나 30홈런 고지는 밟지 못했다. 26홈런(1990년)이 시즌 최다홈런이었다. 고집이 세 나쁜 습관을 완전히 고치지는 못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왼팔의 중요성과 완벽한 중심이동법을 터득했더라면 장종훈이 등장하기 이전에 40홈런 시대를 열고도 남았을 재목이었기 때문이다.

정확성의 대명사 장효조 타격의 비결


한국 야구 사상 최고의 교타자로 꼽히는 장효조의 타격 준비동작은 군더더기가 없다. 오른 팔이 잘 펴져 있어 정교한 타격을 할 수 있는 자세다. 약간 위쪽을 향하고 있는 시선과 넓은 스탠스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의 정교함에 흠집을 낼 정도는 아니었다.

타격의 기본은 무엇일까. 타격은 득점을 얻기 위한 행위라는 점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타격 이론은 스윙을 가르치는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실전에서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공을 때리는데 집중해야 하고 훈련도 공을 때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자면 스윙 자체가 아니라 공을 때리기 위해서 팔과 다리를 비롯한 자신의 몸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얘기해야 한다. 스윙을 고치려들 것이 아니라 공을 때릴 때 팔과 다리의 모양, 쓰임새만 바로 잡으면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

필자가 타격이론을 정립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사건이 있다. 1985년 일본의 야구 전문지 슈칸베이스볼이 창간 30주년을 기념한 특별 화보를 발행했다. 화보에는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역대 명투수와 타자 30명의 피칭과 타격 장면을 32컷의 연속 사진으로 실려 있었다. 그 가운데 오사다하루, 나가시마, 장훈 등 개성넘치는 강타자의 사진도 포함됐는데 놀랍게도 7번째부터 16번째 사진까지는 타격 자세가 거의 일치했다. 장훈은 배트를 눕힌 자세에서 타격에 시동을 걸었고 오사다하루는 배트를 바짝 세우고 한 발을 드는 외다리 타법을 구사했지만 공을 맞히는 임팩트존에서는 똑같은 자세로 공을 때리고 타구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국 좋은 타자들이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르지 않았고, 그 공통점을 연구하면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타격의 기본은 공을 정확하고 힘있게 때려서 멀리 타구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타격은 정확성과 강한 임팩트, 비거리를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정확하면 3할타자가 될 것이고, 강하게 때릴 수 있으면 홈런타자가 된다. 그 중 첫번째 화두가 정확성이다.

 
장효조가 왼쪽 팔꿈치를 옆구리 쪽으로 내려붙이면서 타격에 시동을 걸고 있다. 45도 각도로 누워있던 배트도 거의 뒤쪽으로 평평하게 눕기 시작한다

한때 국내에서도 찍어치기, 즉 다운스윙을 집중적으로 가르친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는 잘못 배운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한 때 메이저리그 따라잡기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당시 요미우리가 LA 다저스의 캠프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렸는데 양 팀 감독들이 야구론을 교환하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다저스의 야구이론과 시스템을 집대성한 '다저웨이'라는 책이 화두가 됐고 메이저리그식 타격의 요체를 "슬로우, 슬로우, 다운"이라고 말한 것을 통역이 잘못 전달해 일본에서 다운스윙이 급속도로 전파됐다. 그것이 60년대 후반부터 한국으로 유입됐는데 최근까지도 찍어치기를 강조하는 타격 이론가들이 적지 않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다운스윙으로 공을 내리찍듯 때려서 역회전을 만들어내야한다는 물리의 법칙도 동원됐다. 그렇다면 느린 커브를 올려쳐서 홈런을 때려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결국 찍어치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공과 배트가 정면으로 만나게 해야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운스윙을 하다보니 뒷다리에 체중이 많이 남아있게 되는 단점도 있다. 앞다리 쪽으로 체중을 완전히 실어줘야 파워가 살아나는 법이다.

 
임팩트 직전까지도 장효조의 오른팔은 쭉 펴져 있다. 왼팔은 거의 옆구리에 고정시킨 것 처럼 붙어서 몸통의 회전력을 이용할 준비까지 완벽하다.

정확성을 거론하기 위해 이 선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장효조다. 역대 한국 타자들 가운데 가장 정교한 타격을 했던 선수가 장효조다. 장효조는 빼어난 선구안을 갖고 있었지만 그에 앞서 정확하게 공을 때릴 수 있는 팔동작을 갖췄다. 그것이 장효조가 통산 0.331의 경이적인 타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장효조의 타격은 하체보다는 상체에 집중해야 한다. 사실 장효조의 스탠스는 자신의 체구에 비해 지나치게 넓은 편이었다. 그러나 상체의 준비 동작은 거의 완벽했다. 

사진을 보면 타격을 위해 들어올린 장효조의 오른팔이 거의 일직선에 가깝게 쭉 뻗어 있다. 좌타자인 장효조는 오른팔이지만 우타자들은 왼팔을 가능한한 곧게 뻗어야 정확성을 얻을 수 있다. 골프의 백스윙과 같은 원리다. 팔을 뻗지 못하면 스윙 궤적이 흔들린다. 하물며 서있는 공을 때릴 때도 정확성을 얻기 위해 팔을 뻗는데 팔을 고정시키지 않고 어떻게 움직이는 공을 때릴 수 있겠는가. 장효조 뿐만 아니라 김현수, 양준혁 등 정확도가 높은 타자들의 타격 자세는 한결 같다.

 
타격을 마친 장효조의 오른쪽 다리가 90도 이상 굽혀져 있다. 체중 이동이 잘됐다는 의미다.

이 자세에서 배트는 45도 정도의 각도를 유지해야 한다. 준비단계에서 배트를 앞으로 눕히거나 뒤쪽으로 눕히거나 꽂꽂하게 세우는 것은 관계가 없다. 체중이동이 시작되기 직전에는 배트가 45도를 유지해야 일정한 스윙을 할 수 있고 공과 배트가 정타로 맞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장효조의 상체는 팔과 배트의 이상적인 각도를 잘 보여준다. 배트가 나오는 지점에서부터는 왼팔이 몸에 거의 붙어있다. 그래야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몸통의 회전력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상체 동작 가운데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시선이다. 시선이 약간 위쪽을 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선을 위로 둘 경우 몸과 공의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뒤쪽 어깨가 내려가면서 배트가 몸에서 겉돌게 된다. 바깥쪽 공은 손대기가 어려워지고 몸쪽 빠른 공에도 대응하기가 어렵다. 장효조도 그런 이유 때문에 몸쪽 빠른 공에 약점을 보였다. 조금만 시선을 내려봤으면 더 완벽한 타자가 됐을 것이다.

 
장효조가 마지막으로 타구에 힘을 실은 뒤 1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는 순간이다.

반면 장효조의 하체는 장타를 생산하기 어려운 동작을 취하고 있다. 앞서 지적했지만 스탠스가 넓었다. 일반적으로 스트라이드를 내딛는 발이 축족에서 34인치 이상 벌어지면 체중이동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 스트라이드가 넓은 탓에 타격 준비를 취하면서도 체중이 앞다리에 남아있다. 체중을 뒷다리로 실었다가 앞다리로 옮기면서 타구에 힘을 실어야 하는데 체중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홈런이 적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장효조의 스탠스를 교정하지 않았던 것은 체중이동을 최소화하는 편이 정확도를 높이는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장효조의 경우 파워가 더 실릴 경우 외야 플라이로 그치는 타구만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홈런수는 다소 늘어나더라도 안타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타자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살려내는 것도 지도자의 중요한 능력이다.

최진행 타격자세


피니쉬는 지금동안 진행돼 왔던 스윙의 추진력을 끝까지 끌고 나가 그 연동성을 잃지 않는데 있다.
즉 좋은 스윙은 공을 맞추는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덧붙여 이것은 장타와도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배트와 공이 만나는 컨택트 시점이 막 지나면 타자의 팔은 쭉 펴서 배트가 공을 충분히 뚫고 지나가야(전문용어로 hit through the ball) 한다. 만약 이 과정을 생략해 버리면 지금동안 진행돼 온 스윙의 추진력은 물론 파워 역시 폭발되지 못해 죽은 스윙이 될수 밖에 없다.

최진행의 피니쉬 과정에서 실제로 뒷쪽 팔꿈치가 쭉 펴지고 있다는걸 발견할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공을 쪼개버릴정도의 스윙을 한다 라는 표본이 될만하다.
이후 탑 핸드(우타자시 오른손)의 손목 되감기(rollover)로 이어지고 있다.

보통 안 좋은 스윙을 이야기할때 말하는 손목을 빨리 덮어버린다(빨리 되감는다)는 이과정에서 가장 주의 해야 할 대목이다. 손목을 빨리 덮어버린다는 것은 위에서 말했듯 hit through the ball 즉 컨택트 순간부터 팔꿈치를 쭉 펴 공을 뚫고 지나가는 과정을 빨리 생략한다는 뜻과도 같기에 이것은 파워를 타자 스스로 말살(?)시키는 것과 같다. 배트가 공을 충분히 뚫고 지나간 후 비로소 손목 되감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타격은 눈깜짝 할 순간에 행해지는 것이기에 실제로 손목을 빨리 덮었느냐 아니냐는 경기장에서 또는 텔레비젼을 통해서 알수 있는게 아니다. 그렇기에 타자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위와 같이 느린 프레임의 영상을 통해 관찰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장종훈 타격코치가 말하는 좋은 스윙이란 ‘처음은 작게 이후에는 크게’ 하는 타격이 이상적이라는 말을 했던걸로 기억한다. 이것은 본격적인 스윙이 시작되기전의 과정, 즉 스트라이드와 로드(Stride&Load)는 간결하게 이후 피니쉬는 추진력을 잃지 않고 크게 폭발시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위의 최진행의 타격영상을 보면 스트라이드시 체중을 뒤로 장전하는 과정과 이후 배트가 발사되는 런치포지션(launch position)은 매우 간결하다. 배트가 발사될쯤의 최진행의 뒷쪽 팔꿈치를 보면 옆구리에 붙여 스윙 각을 매우 타이트하고 좁게 만들어 내는걸 알수가 있을것이다.

물론 스트라이드시 앞무릎을 들어올리는 과정(Lifting)에서 배트 헤드가 투수쪽으로 조금 이동했다가 나오긴 하지만 이것은 슬러거형 타자들에서 흔히 볼수 있는 스윙의 도움닫기(일전에도 이야기 했든 TIP&RIP) 과정 중 하나이기에 크게 문제시 될게 없다. 오히려 배트 헤드의 이동폭이 여타의 타자들(김동주와 같은)에 비해 적은 편이어서 선천적인 그의 파워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오카다 타격자세



오카다의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 여타의 타자들에 비해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것이다.
일본타자들에서 흔히 볼수 있는 스트라이드(Stride) 즉 앞발을 지면에서 이격시키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타격스타일을 태핑타법(Tap-ping)이라고 불리는데 이건 노 스트라이드(No Stride) 개념과는 좀 다른 관점에서 봐야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 스텝 타자들인 김태균(지바 롯데)이나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와 같은 타자들과는 또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오카다는 타격시 아예 앞발을 이동시키지 않고 제자리에서 스윙을 하는 반면, 김태균이나 푸홀스와 같은 타자들은 앞발을 반족장(또는 한족장)정도 투수쪽으로 짧게 내딛은 후 스윙을 한다.
이차이점은 타격론적으로 보면 보다 많은 매커닉적인 부분들이 숨겨져 있다. 짧은 스텝을 내딛는 선수들을 보면 처음 자신의 다리사이의 폭에서 내딛는 거리만큼의 배팅공간이 생기는데 반에 오카다는 아예 그런것조차(스탭없이)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텝을 내딛음으로서 생기는 배팅공간은 스윙시 체중이동(Weight Shift)인 측면이 크다.

무슨 말이냐면, 다리를 지면에서 이격시킨 후 스윙을 가져가는 타자들에 비해 노 스트라이드 히터들은 그만큼 뒤에서 전방쪽(투수쪽)으로 체중이동을 한 후 스윙을 하는 것이고 다만 오카다와 같은 태핑타법은 준비자세에서 미리 양 다리 폭을 넓힌 상태이므로 그 자체적으로 자신의 체중이동 공간을 만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 쉽게 말하면 짧은 스텝은 처음 준비자세에서의 스탠스보다 양다리 사이가 더 넓어지는, 그리고 오카다와 같은 타격은 양다리 사이가 스윙전에 미리 넓어져 있는 상태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카다의 태핑타법 장단점에는 어떤게 있을까?
영상에도 나와있지만 배트가 발사하기 전에 체중을 장전(Load position)하러 가는과정(몸을 포수쪽으로 이동하는)을 보면 무릎의 반동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타자자신의 체중을 포수쪽으로 이동시킨다. 로드포지션의 Load는 = 총알을 장전한다는 사전적인 의미지만 타격에서는 짐을 실어 적재하는 즉 타자자신의 체중을 뒤쪽으로 적재해 이후 진행될 스윙의 파워를 모은다는 의미다.

이건 타격시 다리를 이격시키는 타자들 역시 스트라이드시 리프팅(Lifting=앞다리를 들어올리는)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효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오카다와 같은 태핑타법은 숙달되지 않으면 히팅 타이밍을 잡기가 여타의 타격스타일에 비해 어렵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투수마다 똑같을수 없는 투구폼으로 인해 어느지점 그리고 어느시점에서 체중을 뒤로 이동해 타이밍을 잡을것인가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의도하지 않아도 공을 자신의 배팅공간 뒤쪽까지 끌여들었다가 스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올 시즌 오카다가 쳐낸 33개의 홈런의 대부분은 센터펜스를 중심으로 넘어간게 굉장히 많았다. 잡아당겨 우측폴대 근처로 넘어가는 홈런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올해 오릭스 2군에서 코치연수를 했던 김성래씨는 ‘오카다 특유의 타격스타일에 맞게 그가 쳐낸 좋은 타구의 대부분은 센터를 중심으로 나왔다. 오카다가 단지 1년 반짝 하고 끝낼 타자가 아니라는 좋은 징조’라고 말한적이 있다. 이것은 달리말하면 그동안 오카다가 2군에서 이 타법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추론해볼수 있는 대목이다.

태핑타법에서 스윙시 몸의 회전력을 이끌어 내고 또한 자신의 배팅공간에서 최대한의 파워를 전달하는 것은 앞발뒷꿈치를 들었다가 내려놓는 후 단단하게 고정해 놓은 발끝에도 이유가 있다. 무슨 뜻이냐면 보통타자들은 들었던 앞발이 지면에 착지할때는 앞발끝부분이 10시-11시(좌타자 기준)방향을 가르키는데 오카다 같은 경우는 앞발끝이 거의 90도에 가까울정도로 단단히 고정해 놓았다가 스윙시 발끝을 투수쪽으로 살짝 틀어주는 선에서 끝난다. 이것은 이러한 타격스타일을 지닌 타자들에게서(대표적으로는 짐 애드먼즈)흔히 볼수 있는 장면이다. 오카다의 스윙은 컨택트(Contact)지점까지는 각이 좁게 나왔다가 컨택트후 피니쉬로 가는 과정에서는 스윙 각이 매우 커진다. 이부분만 놓고 보면 우리 추신수(클리블랜드)의 스윙과 흡사한 면이 있다.

다리를 들지 않고 타격을 한다고 해서 파워가 감소하지 않는 이유는 오카다의 스윙에서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비록 오카다는 스트라이드를 하진 않지만 스트라이드를 하는 타자들에게서 볼수 있는 타격의 일련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보이기 때문이다.

첫째로는 스윙직전 배트헤드가 투수쪽으로 향했다가(배트 런닝스타트) 나오는것[스트라이드시 다리를 이격시키는 과정에서 배트헤드가 투수쪽으로 향했다가 나오는 타자와 같은] 둘째는 미리 넓은 스탠스를 취한후 체중을 장전하는것은 스트라이드를 하는 타자와 비교해 방법만 다르지 그 목적은 비슷하다는 것, 그리고 세번째는 넓은 스탠스 그 자체가 스트라이드시 멀리 내딛는 앞발의 보폭과 비슷하기에 타격시 배팅공간이 큰 차이가 없다는게 그 이유다. 덧붙여 오카다의 장점중 빼놓을수 없는 것중에 하나가 컨택트가 될때 상체의 위치가 뒤로 뉘여져 있기에 체중이 급격하게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없다는것도 포함시키고 싶다.

이건 일전에도 이곳에서 여러번 언급했던 스윙시 전체적인 몸의 밸런스가 뒤쪽에 머물러 있는 스테이 백(Stay back)히터다. 영상에서 보다시피 스윙시 오카다의 상체는 철저하게 뒤쪽으로 뉘여져 있다는걸 발견할수 있을 것이다.

오카다는 손목파워가 매우 뛰어난 타자로 알려져 있다. 올해 주니치 드래곤스와의 교류전 경기(홈경기)에서 연장전에서 끝내기 쓰리런 홈런을 뽑아낼때의 모습을 보면 낮은 공에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긴 상황에서 손목힘으로만 걷어올려 우중간 펜스를 넘겨버렸다. 근래에 들어서 이러한 파워를 갖춘 일본선수가 있었는지 한마디로 경악스러운 홈런중 하나였다.

박병호 타격자세



원래 센터를 기준으로 우측으로 때려내 홈런 타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왔다고 평가됐지만 유독 몸쪽 공에 대한 약점이 두드러졌던 박병호다.
타격에서 우측으로 홈런을 생산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몸쪽 공은 고도의 타격기술을 요하며 실제로 몸쪽 공을 잘 때려내는 타자도 드문 편이다. 위의 영상은 타격의 시작부터가 아닌 스윙의 시작, 즉 스트라이드&로드(Stride&Load) 과정은 생략했다. 영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지난해에 비해 올 시즌 박병호는 배트를 쥐는 그립 위치가 뒷쪽 귀 위까지 올라와 있다.

그립 위치가 올라갔다는 것은 그 반대의 그립 위치에 비해 내려 찍는 다운컷(Downcut) 스윙이 보다 용이해 졌다는 걸 의미한다. 파워포지션에서 최단 거리로 내려 찍는 스윙은 그만큼 몸쪽 공 공략에 있어 수월하기 때문이다. 바깥쪽 공을 공략하기 위해선 전체적인 상체의 움직임의 상태가 큰 원을 그려야 한다면 몸쪽 공은 작은 원에서 얼만큼 타이트하게 스윙을 끌고 가(Dreg) 밸런스를 잃지 않고 타구에 힘을 싣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배트가 발사되는 것을 보면 뒷쪽 팔꿈치 옆구리에서 아주 타이트하게 붙여져 나온다.
이 과정에서 뒷쪽 어깨 역시 그 연동성에 의해 앞쪽 어깨보다 낮아지는데 유심히 볼것은 배트의 노브 부분(Knob) 즉 배트를 쥔 그립이 어느 정도까지 앞으로 끌고가서 스윙이 이뤄지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영상에서도 보이듯 철저하게 인&아웃 스윙, 그러니까 몸쪽 공을 공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최대한 안쪽(In)을 길게 끌고 갔다가 이후 배트 바깥(Out)쪽이 나온다는 뜻이다.


타자의 타격장면을 모두 보지 않고 이와 같이 컨택트 순간만 보더라도 그 타구가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를 알수 있다고 했다. 보다시피 박병호의 컨택트 지점은 자신의 앞 무릎 앞쪽이다. 뒷 팔은 교과서적으로 L 자 모양을 그리고 있고 컨택트 이후 진행될 배트가 공을 뚫고 지나가기 위한 매커닉(Mechanic) 즉 히트 스루 더 볼(Hit Through The Ball)을 하기 위한 과정이 충실해 있다.

히트 스루 더 볼이란 배트가 공을 뚫고 나가 피니쉬 전까지 충분히 배트에 파워를 전달해 주는 것을 일컫는다. 위의 영상에서 보면 15프레임에서 뒷팔꿈치가 L자 모양을 띠며 이후 뒷팔꿈치가 쭉 펴지면서 가격한 공을 충분히 뚫고 지나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트가 공을 만난 접점지점을 길게 끌고 간다. 이렇게 되면 컨택트 후 앞쪽 팔은 쭉 펴지면서 그 연동성에 의한 배트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데 특히 몸쪽 공을 앞 무릎 앞쪽에서 정확하게 가격해 히팅포인트가 형성 됐을시 영상과 같은 모습이 나온다는 걸 알수 있다.

임팩트 된 순간 박병호의 머리와 앞발까지를 선으로 이어보면 대각선 형태의 선이 그어지는 걸 알수 있는데 이것은 곧 타격시 상체가 앞으로 쏠리지 않는 다는 걸 의미한다. 스트라이드 후 착지된 앞발 끝은 안쪽으로 닫아놓는 것, 그리고 앞 무릎을 쫙 펴며 지금까지 진행돼 온 파워의 분산을 철저하게 막고 있는 아름다운 스윙 모습이다.


위의 영상은 같은 날 경기에서 우측 2루타를 쳐낼 때의 모습이다.
박병호는 원래부터 밀어서 장타를 잘 생산하는 타자였지만 이 영상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소중한 자료다.

먼저 박병호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한눈에 알수 있다. 공과 배트가 만나는 접점 지점 즉, 히팅 포인트지점을 보면 자신의 뒤쪽 허벅지쪽까지 와서 컨택트가 되고 있는데 만약 이 타격의 결과를 알수가 없고 타자가 누군지를 모른다면(임팩트 지점만 알고 있다면) 십중팔구 우측에 파울 타구가 나와야 정상이다.
포인트 지점이 너무나 뒤쪽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좀(많이) 늦은 지점에서 컨택트가 됐지만 자신의 선천적인 주무기(파워)를 살려 2루타로 만들어 냈다.

바깥쪽 공은 몸쪽 공 공략에 비해 타자자신의 회전력은 그리 크지 않아도 된다. 몸쪽 공이 매우 타이트한 스윙의 진행방식에 모든 타격 기술적인 매커닉이 담겨 있다면 바깥쪽 공은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몸쪽 공은 가격하는 지점이 좁기에 그만큼 빠른 엉덩이의 회전력이 필요하고 덧붙여 배트를 끌고 나오는 것도 작은 각에서 드래그 됨은 물론 앞쪽 어깨가 빨리 열리지 않는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쪽에 비해 바깥쪽 코스는 그렇게 타이트한 스윙 진행이 필요가 없다.

첫번째 영상(몸쪽 공)과 비교해 보면 이 타격장면에서 박병호는 스윙이 시작될때 뒷쪽 팔꿈치가 옆구리에서 붙여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몸쪽 공을 공략할때 컨택트 지점에선 앞 팔꿈치가 펴져 있지 않지만 이 영상(바깥쪽)에서는 컨택트 순간에 앞 팔꿈치 쭉 펴져 있다. 그리고 피니쉬 과정에서의 손목 되감기(Rolling)도 몸쪽 공을 가격할때에 비해 먼저 시작되고 일찍 끝낸다. 왜냐하면 바깥쪽 공은 몸쪽 공에 비해 엉덩이 회전(Hip-rotation)과 몸통 회전(Torso-rotation)이 덜 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몸쪽 공을 공략할때 컨택트 순간과 지금 위 바깥쪽을 가격할때의 컨택트 순간을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가격 지점이 늦은 곳에서 형성됐기에 뒷 팔꿈치는 L 자 모양의 형태도 아니고 몸쪽 공 공략과 비교해 컨택트 순간에 앞 팔은 쭉 펴져 있다. 이것은 꼭 박병호가 아니라도 다른 타자도 마찬가지인데 과거 유망주 껍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을 당시의 박병호와 지금의 박병호는 천지차이다.

보통 보면 바깥쪽 공을 공략할때 뒷발이 이탈 되는 경우가 많다.  타격시 타자의 배꼽 위치는 타구를 보내고자 하는 방향에 있어야 한다는 이론으로만 놓고 보면 몸의 회전이 덜한 바깥쪽 공을 밀어쳤을시 지금 박병호의 배꼽 위치는 우측으로 향해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만큼 몸의 회전력이 몸쪽 공을 가격할때보다 덜 하기 때문이다. 공이 조금만 높게 형성됐다면 이 타구 역시 2루타가 아니라 우측 홈런으로 연결됐을거라고 예상해 본다.

최정 타격자세


타격에서 가장 이상적인 매커닉(Mechanic)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선수를 지도하는 지도자들이 흔히 말하는 것 중에 ‘처음은 작게 그리고 뒤는 크게 하라’라는 말이 있다. 한화 이글스 장종훈 코치의 지도 이념이기도 한 이것은 처음 시작을 작게 해야만 콤팩트 있는 스윙이 가능하며 콘택트(Contact)가 끝난 후 뒷매무새는 크게 해 스윙의 추진력을 잃지 말고 끝까지 스윙의 연동성을 유지하라는 뜻과도 일맥상통 하다.

최정은 시즌 중에도 앞발의 모습이 종종 바뀌어져 있지만 이 영상으로만 놓고 보면 타이밍을 잡는 앞발은 짧게 앞발을 지면에서 이격시켰다가 내딛는 전형적인(평소와 같은) 모습이다.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역시 처음 배트가 발사(Launch Position)될때까지의 과정이다. 그리고 로드 포지션(Load Position)도 매우 간결해 스트라이드(Stride)시, 뒤쪽 팔꿈치가 위로 치켜 올라가는(High Elbow) 일반적인 홈런타자들과는 다르다.

보통 보면, 파워 있는 스윙을 하는 타자들은 스트라이드&로드(스트라이드와 로드 과정은 같은 포지션으로 이해하는게 옳다고 말한 바 있다) 과정에서 배트를 뒤로 빼는 테이크 백(Take Back) 동작이 크다.
대표적으로 두산의 김동주, 그리고 이승엽의 전성기 시절에도 뒷팔꿈치의 탑 위치가 높은 편이었는데 최정은 처음 타이밍을 잡으러 가는 앞발의 스트라이드 과정에서 배트를 빼는 동작이 위로 올라가지 않고 뒤쪽으로 짧게 잡아 당겼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방망이 끝의 이동도 돌아나오지가 않게 된다.

타자의 방망이 끝이 투수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져 나오게 되면 스윙의 추진력을 얻는데는 용이 하겠지만 반대로 스윙이 커져 배트스피드를 내는데 있어선 효과적이지 못한다. 일전에도 이야기 한바 있지만 Tip&Rip이란, 스트라이드를 통해 타이밍을 잡는 타자의 방망이 끝(Tip)이 그 과정에서(스트라이드를 하는 과정) 방망이 끝은 투수쪽으로 이동했다가 그 추진력(Rip)으로 스윙의 스피드를 내는 타격론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제자리에서 배트가 발사 되는 것 보다 배트 끝을 투수쪽으로 이동했다 발사되는 게 스트라이드 시 스윙의 추진력을 얻는데 있어 배트스피드 향상에 훨씬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이건 로드(흔히 말하는 파워 포지션이라고도 하는)에서의 테이크 백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최정은 처음 배트가 발사될때 뒷팔꿈치가 옆구리에서 타이트하게 붙어 나올 정도로 방망이 각이 좁게 나오는데 이렇다 보니 배트의 움직임과 몸이 회전하는 과정에서 미스가 날 확률이 낮다.
이 과정만 놓고 보면 인앤아웃 스윙(In&Out)의 교과서적인 타자는 단연 최정이라고 할만 하다.

타격시 몸이 회전하는데 과정, 즉 배트가 콘택트 지점까지 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뒤쪽 엉덩이의 회전이다. 회전은 동그란 원처럼 엉덩이가 도는게 아닌 하체의 전진력도 포함 돼 있는데 이때 중요한 건 앞다리의 위치(모양)이다. 보통 보면 이때 앞다리 모양은 무릎이 약간 구부러져(공의 코스마다 조금 다르지만 대략 15도가 이상적이다) 있어 뒤쪽 엉덩이가 회전을 함에 있어 보다 자연스럽고 용이하도록 지지대 역할을 한다. 물론, 이때 앞다리가 미리 펴져 있다면 하체의 회전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렇게 약간 구부러져 있던 앞다리는 배트와 공이 만나는 접점지점(Contact)으로 갈수록 펴져가는 걸 볼수 있는데 접점지점에선 앞 무릎이 쭉 펴져 있어야 이때까지 진행 돼 온 스윙의 일련과정에서의 파워를 잃지 않게 된다. 콘택트 시점에 이르러서는 뒷다리보다 앞다리가 타격에서 훨씬 중요한 것도 이때문이다.

타격에서 팔로스로우(Follow- -Through)의 원론적인 의미는 ‘따라가서 통과시켜라’ 다. 이것은 지금까지 진행돼 온 스윙이 멈추지 않고 그 연동성에 의해 추진력을 잃지 말고 끝까지 배트의 이동을 끌고 가라는 뜻이다. 보통 보면 이 과정에서 손목을 쓰는 쓰임새에 따라 타구의 비거리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콘택트 후 탑핸드(우타자시 오른)를 빨리 덮어버리면 스윙의 추진력을 잃게 된다. 공을 맞춘 이후 공을 뚫고 지나간다는 (Hit Through the ball) 느낌으로 충분히(그래봐야 찰나의 순간이지만) 뚫고 지나간 후 손목을 되감아 줘야 타구에 힘이 붙는다. 그리고 최정과 같이 콘택트 이후에는 이렇게 뒷매무새가 크게 스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처음 앞에서 짧게 나온 스윙의 각이 이후 크게 나온다는 것은 고양이가 높은 곳을 점프하기 위해
잔뜩 움츠렸다가 뛰어오른 것과 같은 이치, 그리고 이렇게 해야만 타자가 가지고 있던 체중을 공에 모두 전달 할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팔로스로우가 타구의 비거리를 늘리는데 있어 생각보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론도 있다. 한때 전미 아마추어코치협회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걸로 알려져 있는데,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뒷매무새가 커야 스윙의 추진력이 그만큼 커지기에 팔로스로우는 타격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타격 장면은 글 본문에서 언급한 최정의 타격자세와는 조금 다른데, 이 타격동작은 스트라이드를 생략하고 앞발 뒷꿈치만 들었다가 타이밍을 잡고 스윙을 하고 있다. 일명 태핑 타법(Tapping)으로 올 시즌 도중에도 자주 타격폼을 변화 했던 최정의 타격모습 중 하나이다.

스트라이드 없이 타격을 하는 모습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투수 정면에서 보면 스윙의 일련 과정 중 팔로스로우가 어디에서 많이 본듯한 장면이다. 물론 국내 타자는 아니고 메이저리그의 헨리 라미레즈, 그리고 맷 캠프(이상 LA 다저스)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팔로스로우 과정에서 팔의 이동구간이 상당히 길다는 점에서 캠프와 더 비슷하지 않나 싶다. 캠프가 바깥쪽 공을 공략할 시 콘택트 후 탑 핸드(오른손)을 놓아 주며 상당히 긴 팔의 이동구간 능력을 구사하며 주로 밀어쳐서 홈런을 자주 뽐아내는데, 비록 최정과는 이 부분에선 다르지만(최정은 몸쪽) 스윙의 이동구간을 적절히 활용하는 건 비슷하다.

스윙시 팔의 이동구간을 길게 가져가는 건 캠프처럼 바깥쪽 공을 밀어칠때보다 몸쪽 공을 잡아 당겨 칠때가 더 효과적이다. 바깥쪽 공을 공략해 홈런을 칠때는 몸의 회전이 몸쪽 공을 때릴보다 덜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팔의 이동구간은 콘택트 지점이 아닌 팔로스로우 과정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몸쪽 공을 공략 할때의 팔의 가속도는 바깥쪽 보다 더 필요한데, 최정은 배트가 발사되는 첫 시작이 짧고 뒤가 크기 때문에 영상처럼 가속도가 붙는 팔로스로우 모습이 자주 도출되는

김태완 타격자세

정성훈 타격자세


불리한 볼카운트에선 몸의 중심을 가운데에 두고 스윙 궤적을 짧고 빠르게 해 공을 배트 중심에 맞히는 데 주력한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선 몸의 중심을 뒤에서 뒀다 빨리 앞으로 당겨 타구에 힘을 싣는 스윙을 한다.

정성훈의 홈런은 주로 3구 이내에 나왔다. 볼카운트가 몰리기 전에 최대한 자기 스윙을 해 때린 것이다. 정성훈은 타격할 때 왼 다리를 투수가 키킹하듯 높이 끌어올려 잠시 멈춘다. 힘을 모으는 동작이다. 그랬다가 공이 오면 다리를 내디디며 스윙한다. 정성훈은 공을 배트에 맞히는 능력은 뛰어난 선수다. 중심 이동이 원활한 타격 자세가 더해지자 타구가 멀리, 그리고 힘있게 날아가고 있다.

안타제조기 이병규 타격자세


1. 타격이론에 스탠스는 어깨넓이로 벌리고, 하체와 양 팔은 역삼각형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돼 있다. 이런 면에서 이병규의 타격 준비자세 폼은 교과서적이다. 스탠스는 어깨보다 약간 더 벌리고 있으며, 체중은 뒷발과 앞발에 5.5 : 4.5 정도로 갖다 놓고 있다. 오른발 뒤꿈치를 살짝 들고 있는 것은 타석에서 몸 전체가 경직되지 않게 리듬을 타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반사신경을 빠르게 해 언제든지 배트를 낼 수 있는 자세를 만들기 위함이다. 오른쪽 어깨가 왼쪽 어깨보다 약간 높고, 턱을 들고 있는데 이는 좌우중간쪽으로 큰 타구를 날려 보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단거리 타자라면 턱을 목에 붙이고 시선은 아래로 향해야 하지만 이병규는 이런 자세도 괜찮다.


2. 오른 무릎을 들면서 타격 시동을 걸고 있다. 오른 무릎을 어느 정도 드는 게 바람직한지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반적으로 벨트를 넘어가지 않으면 무방하다. 왼쪽 무릎을 45도 정도 구부린 것은 체중을 싣기 위해서다.
중요한 점은 양쪽 어깨가 수평으로 바뀌었다는 것과 시선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처음 준비자세에선 장타를 의식했다가 본격적인 타격자세에 들어가면서 콘택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다.


3. 스트라이드(앞쪽 발을 내딛는 동작)를 시작하고 있다. 힙과 왼쪽 무릎의 위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면서 체중도 왼발에 처음처럼 실려져 있다. 매우 좋은 동작이다.
왼쪽 겨드랑이가 파워 포지션으로 벌어지면서 오른쪽 팔꿈치도 따라서 펴지고 있다. 힙이 앞으로 나가지 않고 처음 상태로 있는데 만일 여기서 힙이 나간다면 변화구에 대처하기 어려워진다.


4. 아직도 체중이 왼발에 남아 있다. 공을 끝까지 몸에 붙여놓고 치려는 '참을성'을 높이 사고 싶다. 왼 무릎을 좀 더 굽혔는데 어떤 공도 쳐내겠다는 이병규 특유의 타격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른발이 땅에 닿았는데도 전체적인 타격폼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 양 팔, 배트 헤드, 머리, 힙의 위치가 한 군데도 흠잡을 데가 없을 만큼 완벽하다. 어깨도 열리지 않은 상태로 힘을 집중시키고 있다.


5. 스트라이드의 폭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이병규의 타격폼이 정답이다. 처음 스탠스에서 한 족장 정도 더 나간 현재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다. 더 커지면 상·하체에 힘이 들어가고, 콘택트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양쪽 팔꿈치가 파워 포지션에 이르러 있다. 즉 힘을 최대한 쓰기 좋은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힘만 들어가 있지 않다면 원하는 대로 받아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 놓고 있다. 힘을 모으기 위해선 '발은 나가고, 팔은 벌려라'라는 말이 있다. 좋은 타구를 날려 보낼 수 있는 자세다.


6. 오른 무플을 약간 굽혔다. 변화구를 받아 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처럼 오른 무릎을 굽히면 부드럽게 배트를 낼 수 있어 타격에 한결 여유가 생긴다. 왼팔은 겨드랑이에 붙인 채 앞으로 나오고 있다.
요즘 타격 코치들은 무조건 겨드랑이에 붙일 것을 주문한다. 겨드랑이에서 떨어질 경우 일명 도어스윙(큰 스윙)이 돼 힘을 못 실을뿐더러 떨어지는 공에 타이밍을 맞힐 수 없다. 오른쪽 팔꿈치는 그대로 유지한 채 왼쪽 팔만 겨드랑이에 붙이고 있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다.


7. '콘택트 순간에 턱을 어깨에 묻어라'라고 한다. 헤드업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양 손이 펴진 상태에서 손목이 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쪽 뻗어주고 있다.
공이 배트에 맞은 직후의 모습으로 무릎은 펴지고, 오른발은 닫혀 있다가 원심력에 의해서 열리고 있다. 현재 체중은 양쪽 발에 5 : 5로 나눠져 있다. 무난하다.


8. 체중을 좀 더 앞으로 밀어주기 위해 오른 무릎을 다시 굽혔다. 팔은 이미 돌아갔기 때문에 제 자리로 가져올 수 없지만 하체는 체중 이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왼발 뒤꿈치가 1루쪽 덕아웃을 향해 있는데 여기서 포수쪽으로 더 돌아가면 힘을 쓸 수 없다. 팔로스루 동작도 좋고, 끝까지 헤드업 되지 않은 채 공을 보고 있다.


9. (1)번부터 (8)번까지 완벽했는데 (9)번에 와서 타격폼이 흐트러지고 있다. 오른발은 너무 많이 열렸고, 왼발 뒤꿈치는 더 돌아줘야 하는데 (8)번 상태에서 멈췄다. 한 마디로 어정쩡한 자세인데 이는 이병규 특유의 타격 스타일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병규는 공을 맞히는 재간이 뛰어난 타자다. 그렇다 보니 피니시 동작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콘택트까진 교과서대로 타격을 하지만 맞힌 다음엔 빨리 1루로 뛰어가기 위해 서둘러 타격동작을 끝내는 것이다. 폼 자체로만 평가한다면 문제가 많다고 할 수 있다.


10. 콘택트와 동시에 뛰어 나가려 하고 있다. 이는 이병규의 단점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허리는 뒤로 빠져 있고, 왼쪽 어깨는 앞으로 치고 나갔다. 오른쪽 벽은 무너졌다. 분명 기본에서 벗어난 자세다.
하지만 이병규는 이 자세 때문에 도저히 칠 수 없는 공도 커트해 낸다. 또 한 시즌에 수십 개의 내야안타를 쳐내고 있다. 피니시까지 완벽하다면 보다 좋은 타구를 많이 날릴 수 있지만 내야안타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이병규의 타격 폼을 옳다거나 그르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다.

타격 7관왕 이대호 타격자세


1. 이대호 특유의 타격 준비자세다. 완전히 배트를 들어 올리지 않고 귀 윗부분에 멈췄다가 어깨에 걸치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타격 타이밍을 찾는다. 스스로 리듬감을 타려는 동시에 어깨와 상체의 긴장을 이완시키려는 동작으로 풀이된다.
오른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왼발 뒤꿈치를 들고 있는 것은 반사신경을 극대화해 어떤 볼이 들어와도 자연스럽게 배트를 내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오른쪽 발에 체중을 60% 정도 두고 있는 모습인데 파워 히터로서 힘을 쏟아내기에 적당한 무게중심으로 보인다.


2. 투수가 투구 동작에 들어간 시점이다. 무게중심을 오른발에 더욱 실은 뒤 배트를 어깨에 완전히 걸쳤다. 그리고 배트 끝은 유니폼의 백넘버 위치까지 내렸는데 투수의 투구동작에 이끌려 몸이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다. 이대호가 육중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타격자세를 잃지 않는 것은 바로 지금의 동작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3. 배트를 서서히 들어 올리고 있는 시점에서도 왼쪽 무릎의 중심이 위로 들리지 않고 지표면에 강하게 밀착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양 어깨도 상하로 들썩이지 않고 처음 준비동작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투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시선도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습관이다.


4. 이대호 타격의 특징 중 하나가 스트라이드 폭이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폭이 작은 편으로 한 족장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마치 처음 준비자세인 1번 동작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스트라이드 폭이 좁다 보니 무게중심이 뒤에 남아 있으며, 왼발 엄지와 왼쪽 힙이 열리지 않고 파워 포지션을 만들고 있다. 투구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질 수 있다. 앞쪽으로의 체중 이동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은 한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토해 내려는 시도다.


5. 허리 턴이 조금 덜 된 것으로 미뤄 의식적으로 밀어치려고 하고 있다. 왼 팔꿈치는 적당하게 들려 있고, 오른 팔꿈치는 옆구리에 붙어 있다. 이상적이다. 오른 무릎을 펴지 않고 구부리고 있는 것은 움직이는 볼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옮겨가고 있다.


6. 공과 배트가 만나는 시점이다. 무릎은 하체의 힘을 집중시키기 위해 쭉 펴고 있다. 왼 팔꿈치는 펴진 반면 오른 팔꿈치는 덜 펴졌는데 이는 콘텍트 때 더 큰 파워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다.
장거리 타자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자세다. 오른쪽 어깨가 왼쪽 어깨에 비해 홈플레이트쪽으로 15도 정도 내려가 있다. 양쪽 어깨가 평행이 돼 있으면 바깥쪽으로 흐르는 볼을 맞힐 수 없다.


7. 두 손은 완벽하게 뻗었으나 벽을 만들어줘야 하는 왼발이 풀렸다. 아마도 타격 타이밍이 늦다 보니 의도적으로 타구를 그라운드 안으로 보내기 위해 왼발과 왼 무릎을 왼쪽으로 젖힌 것 같다. 상·하체가 균형을 잃고 어정쩡한 자세가 되고 말았다.


8. 오른발이 지면을 강하게 밟은 상태에서 회전돼야 하는데 왼발이 풀어지다 보니 오른발도 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게중심도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다.


9. 무엇보다 하체가 일찍 무너졌다. 따라서 상체도 지탱하지 못하고 앞으로 쏠리고 말았다. 6번처럼 상·하체의 균형이 탄탄하게 만들어진 다음에 공을 맞혀야 강하고 큰 타구를 날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10. 이대호 타격의 전체적인 모습은 1번 준비자세부터 6번 콘텍트까지는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다만 콘텍트 직후인 7번부터 피니시인 10번까지 하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대호의 타격의 최대 강점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이다. 한 가지만 당부하자면 체중을 조금 빼고, 배트 스피드를 키운다면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